삶은 선택지를 버릴 때 만들어진다
- Oliver Burkeman — Four Thousand Weeks
- Katherine Morgan Schafler — The Perfectionist's Guide to Losing Control
- Seneca — On the Shortness of Life
- Epictetus — Enchiridion
- Oliver Burkeman — The Antidote
- Simone de Beauvoir, The Ethics of Ambiguity
유한성(finitude)
너에게는 아마 이런 사실을 받아들이는 작업이 굉장히 중요해.
너는 모든 잠재력을 실현하지 못할 거야.
ESG의 최고 전문가도 되고, 훌륭한 데이터 과학자도 되고, 문화 분야에서도 커리어를 만들고, 작가가 되고, 여러 언어를 완벽하게 하고, 모든 책을 읽고, 모든 여행을 하고, 완벽한 관계를 만들고,
전부 할 수는 없어.
그건 네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인간 한 명의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야.
그리고 역설적으로 이걸 받아들이고 나서야 선택이 가능해져.
어떤 가능성을 포기하면서 어떤 가능성을 실제 삶으로 만드는 것.
Potential은 선택지가 많을 때 존재하지만, 삶은 선택지를 버릴 때 만들어져.
아마 네가 앞으로 해야 할 성장의 핵심은 “내 잠재력을 최대화하는 사람”이 되는 게 아니라,
내가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인생을 아쉬워하면서도, 선택한 하나의 인생을 충분히 사랑하는 능력
을 갖는 것일지도 몰라.
- 생활에서는 **“오늘을 미래를 위한 대기실로 만들지 않는 것”**을 연습했으면 해.
일기 끝에 매일 딱 세 줄만 추가해봐.
오늘 좋았던 것: 오늘 이것으로 충분했던 것: 오늘 일부러 포기한 것:
마지막 문장이 특히 중요해.
예를 들어,
“오늘 Python도 하고 싶었지만 책을 읽는 쪽을 선택했다.” “이력서를 다시 고칠 수도 있었지만 안 했다.” “세 군데 갈 수 있었지만 한 군데만 갔다.”
이건 생산성 기록이 아니라 유한성 훈련이야.
“나는 이것도 할 수 있었는데 안 했다”를 실패로 받아들이지 않고,
“하나를 선택했기 때문에 다른 것을 하지 않았다.”
라고 뇌에 가르치는 거지.
그리고 일주일에 하루 정도는 **‘개선하지 않는 날’**도 만들어봤으면 좋겠어.
취업 검색 안 함. 강의 안 들음. CV 안 고침. 자기계발 안 함.
영화 보고, 산책하고, Victor와 시간을 보내고, 책 읽고, 맛있는 것 먹고, 글 쓰는 날.
너에게는 이것조차 처음에는 “하루를 날렸다”는 느낌이 들 수 있어.
바로 그 감각을 견디는 것이 훈련이야.
아무것도 개선하지 않은 하루도 내 인생의 일부라는 것.
- 취업에서는 ‘준비 완료’를 목표로 하지 말고 시장과 연결된 채 실력을 키우는 것으로 바꾸자.
나는 연말까지 취업 자체를 중단하는 건 추천하지 않아.
대신 취업 활동량을 확 줄이고 정확하게 유지했으면 해.
일주일에 두 번, 60~90분 정도만 job market을 보는 거야.
그리고 올해 남은 기간에는 새로운 직업 정체성을 결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대신 기술적으로 하나만 잡자.
“데이터를 가지고 질문에 답하는 사람”
이걸 네 professional core로 두는 거야.
Python도 배우고 Excel도 배우지만 각각 별개의 자격증 프로젝트로 만들지 말고,
질문 → 데이터 정리 → 분석 → 시각화 → 설명
이 흐름을 잘하는 방향으로 공부해.
새로운 것을 계속 벌이지 말고 이미 한 것을 다른 수준으로 가져가는 경험이 지금 너에게 더 중요해.
- 글쓰기에서는 지금의 한글 일기를 반드시 유지했으면 좋겠어.
나는 네가 잡은 두 목표가 좋다고 생각해.
한글 블로그 = 삶과 생각 영어 블로그 = 배움과 지적 축적
이렇게 분리해.
한글 일기는 연말까지 매일 쓰되 조회수·검색·공개 가능성·잘 썼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는 공간으로 남겨둬.
여기에서는 네 목소리를 회복하는 게 목표야.
영어 블로그는 주 1회면 충분해. 많이 쓰는 주에는 2회.
그리고 Excel, Python, 데이터 분석, 책, Spanish를 전부 매주 쓰려고 하지 마.
살아본 것 중 하나를 기록하는 방식이면 돼.
이게 유한성이야.
다섯 가지 관심사를 모두 동시에 성장시키는 게 아니라, 이번 주에는 이것을 선택한다.
그리고 앞으로 30일 동안은 특히 하지 않을 것을 정했으면 좋겠어.
이게 아마 제일 어려울 거야.
새로운 직업 분야를 매주 발굴하지 않는다. 새로운 자격증을 시작하지 않는다. Python·Excel·SQL·Power BI·ESG를 동시에 마스터하려 하지 않는다. 취업하지 않은 하루를 실패한 하루로 계산하지 않는다. 결혼을 앞둔 이 시간을 “커리어 공백 때문에 제대로 즐기지 못한 시기”로 만들지 않는다.
마지막 게 정말 중요해.
지금의 네 인생에도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 있어.
결혼을 앞둔 한 달, 논문을 끝낸 직후의 해방감, 아직 다음 직장이 정해지지 않아서 평일 낮에 책을 읽거나 글을 쓸 수 있는 시간.
몇 년 뒤에는 오히려 지금을 그리워할 수도 있어.
그러니까 이 시간을 **“아직 다음 단계에 도착하지 못한 임시 상태”**로만 취급하지 않았으면 해.
그리고 연말에 딱 네 가지 질문으로 돌아보자.
나는 올해 무엇을 충분히 즐겼나? 나는 무엇을 실제로 배웠나? 나는 무엇을 끝냈나? 나는 무엇을 일부러 하지 않았나?
마지막 질문까지 대답할 수 있다면, 나는 그게 꽤 성공적인 3개월이라고 생각해.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너는 “얼마나 많은 가능성을 살려둘 수 있는가”에 익숙했다면,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은 **“몇 개를 포기하고도 내가 선택한 삶을 사랑할 수 있는가”**이기 때문이야.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걸 배우고 나면 성장을 덜 하게 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처음으로 한 방향으로 충분히 오래 갈 수 있게 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