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제출 D-6 | 나의 평정심은 도대체 어디에 (+최진영 작가님 북토크)
평정심을 찾는 법을 아무래도 배워야 한다. '내면이 단단한 사람', '다른 사람의 말이나 외부 상황에 잘 흔들리지 않는 사람' 같은 단어가 이렇게 절실하게 와닿은 적이 없을 정도로. 나는 스스로 불안이 높은 사람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있고 언제 불안이 더 심해지는지도 어느 정도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어떻게 이 불안이 일상을 파괴하지 않도록 관리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인 것 같다.
업앤다운이 심한 하루였다. 밤새 말로 설명하는 것조차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로 남을 법한 특정한 장면이 반복되는 꿈을 꿨다. 더 이상 그 끔찍한 공간에 있을 수 없어 빠져나오려고, 눈을 감아보려고 애를 써도 통하지 않았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밤새 깼다 잠들었다를 반복하면서 제자리를 맴돌았다. 그 장면이라는 것이 어떤 영화나 책에서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이라는 게 더 무서웠다. 어떻게 내 머릿속에서 이런 것을 상상해낼 수 있나, 왜 이런 이미지가 나타나는가.
매년 돌아오는 마드리드의 한 도서 관련 행사에 최진영 작가님과 천명관 작가님 북토크 세션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2주 전쯤 그 소식을 듣고 캘린더에 바로 저장은 해두었지만 당장 논문이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판국에 단 몇 시간이라도 여기를 갔다오는 게 맞는지 망설여졌다. 남자친구가 계속 같은 것을 붙들고 있어봤자 큰 도움이 안 될 거라고 딱 북토크만 보고 돌아오자고 말해주어서 고마웠다. 안 가도 된다고 말하면서도 어쩐지 들뜬 모습이 다 보였을 테지. 사인을 받게 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책장 앞에 섰더니 최진영 작가님 책이 세 권이나 꽂혀 있었다.
북토크는 생각한 만큼 좋았다. 팟캐스트로 듣던 최진영 작가님의 목소리와 말투가 눈 앞에 존재하는 어떤 사람의 형체와 연결되는 데 꽤 많은 시간이 들었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더 많이 마주하는 평범한 사람들에 대한 다정함이, 사회의 부조리함을 각자의 방식으로 마주해나가는 개인들에 대한 작지만 단단한 지지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끝내 작가님 서명을 받으며 정말이지 이 책과, 이 책으로 지난 몇 년의 겨울에 머무르던 한 사람에 대한 마음에 마침표를 찍는다는 기분이 들었다. 먹먹한 마음과 가뿐한 느낌이 함께 들었다.
북토크가 끝나고 커피를 한 잔 사서 나오는데 마침 지도교수님 메일이 도착했다. 이틀 내내 답변을 받지 못해 어제까지만 해도 전전긍긍하며 최악 아닌 최악을 걱정하고 있었는데. 내 게으름을 끝없이 탓하고 애써 조마조마한 마음을 누르느라 너무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고 있었는데. 'Really nice progress'로 시작하는 메일에는 어떻게 매듭지으면 좋을지 모르겠던 부분에 대한 솔루션도 들어 있었다.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기분에 눈물이 찔끔 나면서도 나는 어쩌면 이토록 마음의 평정심 같은 것과는 거리가 먼 걸까 한탄(!)스러웠다. 하..

오늘한일
- Back to the book 최진영 & 천명관 작가님 북토크
- 깃허브에 올릴 논문 작업노트 01~03 및 데이터 정리 완료
- 가족언약식 당일 및 여행일정 관련해서 대강 큰그림 잡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