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제출 D-7 | 최악(아닌 최악)을 생각하며..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다는 말은 정말이지 이런 상황에 쓰는 게 아닐까. 급기야 논문 패스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휩싸이면서 스스로를 한없이 비난하며 하루를 보냈다. 사실 시간은 잔뜩 주어져 있었고, 하기 싫은 일은 끝까지 미루고 미루는 나는 결국 내 발등을 찍고 마는 예정된 슬픈 결말이라니. 아찔하고 끔찍하다. 최악을 생각한다. 내 지도교수님이 도저히 이 연구를 넘어가 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사실 미팅도 더 많이 하면서 진행상황을 디테일하게 공유해야 했다. 그런데 연구를 아예 안 했으니 공유할 진행상황이랄 것도 없었던 것이다.. 막판에 막판이 되어서야 겨우 새는 곳만 틀어막은 수준의 연구를 가져와서 들이밀고 있으니 제 아무리 마음씨 좋은 교수님이라도 거절하는 것이 영 이상할 수가 없는 것이다.) 아예 디펜스 진행을 막거나 평가 자체가 어렵다고 판단하실 수도 있다. 한국에서는 대학원 생활을 해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적어도 여기 유럽에서는 석사레벨의 논문이 패스되지 않는 경우는 그냥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패스되지 않았다는 건 아주 심각한 과정 상의 문제가 있거나 아예 시간 내에 제출하지 못한 경우 뿐일 것이다. 그 말인즉슨 이것은 아주 아주 아주 부끄러워해야할 일이 되는 것이다.. 추가비용을 지불하고 내년 이 시기 쯤에 '석사 논문 세미나'라는 과목을 재수강하고, 다시 지도교수를 배정받고, 다시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고 디펜스를 마쳐야 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악이란 바로 이 부끄러움과 이 쓸데없는 비용과 시간과 에너지의 투자를 포함한다. 누가 죽는 것도 아닌데..라고 한다면 최악 아닌 최악 정도라고 불러야 할까.
어쩌겠나, 이 모든 현실이 단 하나의 의심 없이 모조리 내가 만든 결과인 것을. 지금 발등에 불똥이 떨어진 나는 일단 이 선명한 사실을 재빠르게 그리고 이성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도교수님의 결정은 이제와 내가 어떻게 바꿀 수 있는 것이 전혀 아니고 (입이 두 개라도 할 말이 없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나의 최선을 다해서 마감일까지 가장 나은 상태의 논문을 제출하는 것 뿐. 디펜스 기회라도 온다면 그 때에도 포장이나 부풀림 없이 내 연구내용에 대한 질문에 '방어'하는 것에 집중하고 못난 미룸의 시간들에 대해서는 반성과 죄송한 마음 솔직하게 전달하기.
오늘한일
- Introduction 초안 작성
- 스페인어 과외 10회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