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채운 주말
잘 채운 주말
오랜만에 아주 잘 보낸 주말이라는 생각이 드는 일요일 밤. 종종 밖에서 신나게 놀고오면 당장 다음주를 시작할 엄두가 나지 않을 만큼 체력적으로 소진되어 돌아올 때도 있고, 반면 하루종일 집에서 빈둥대면 괜히 마음에 걸리는 것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것들이 하나도 없는 주말이다.
일주일 내내 틈만 나면 밀린 숙제를 하듯 저번주 여름휴가 기록을 꺼내어 글로 바꾸어내는 작업을 했다. 누가 시킨 일은 아니었지만 조금 늦더라도, 그냥 버려두지 않고 성심성의껏 채워내고 싶었다. 일주일 내내 외식을 하면서 소화기관이 지쳤다는 게 생생하게 느껴졌고 삼시세끼 건강하게 집밥을 해먹는데도 집중했다. 쌀밥과 미소시루 그리고 단백질 반찬 하나, 가능하다면 채소 반찬 하나를 내려고 노력했다. 매일 눈에 띄게 몸이 편안해지는 걸 느끼는 게 좋았고 자연스레 부지런해지는 일도, 냉장고 속 재료가 얼마나 남았는지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다는 것도 은근한 만족감을 주었다.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저녁 외식 겸 데이트를 했다. 계속 입버릇처럼 말했던 스매쉬 버거를 먹었고 우연히 차를 타고 지나가다 발견한 수제 젤라또 집에서 독특하고 신선한 젤라또를 먹으며 선선한 저녁공기를 즐겼다. 토요일에는 이케아를 한 바퀴 돌면서 집에 식물과 그림액자 두 개를 들여왔고 오늘은 어제 장 봐둔 재료들로 맛김치 두 포기를 담갔다. (이제 적어도 두 달은 든든하다!) 새로 담근 김치와 돼지 안심으로 점심을 먹고서는 집 근처 공원에 피크닉 매트와 간식거리를 챙겨 나가 책도 읽고 낮잠도 자며 천천히 시간을 보냈다.
잘 보낸 주말을 기억하고 싶어서. 특별히 한 게 없다는 기분을 느끼기 싫어서 쫓기듯 집에서 나가 식당이나 카페에서 돈을 계속 쓰지 않아도, 사고 싶은 게 특별히 없는데도 아이쇼핑을 하지 않아도, 평온하고 행복하게 보낼 수 있다는 걸 기억하기 위해서 남기는 오늘의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