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끝, 우리집으로 가자
휴가의 끝, 우리집으로 가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멀었다. 네비게이션에 순수하게 찍히는 이동시간만 6시간, 포르투갈을 벗어나기 전까지 뿌연 하늘에서는 비가 쏟아지다 말았다 했다. 두시간에 한 번씩 멈춰서 커피도 마시고 점심도 먹으면서 컨디션을 유지하려고 애썼지만 7시가 조금 넘어 출발해 집에 도착한 오후 4시 무렵에는 (포르투갈과 스페인 사이에는 1시간의 시차도 있다) 완전히 좀비 상태가 되어 있었다. 이미 체력적으로 완전히 소진되고 나니 전날밤의 감상 같은 것에서는 빨리 벗어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우리집. 말하지 않아도 냉장고와 화장실, 세탁기로 각각 자리를 찾아가는 물건들. 여유롭고 긴 샤워를 마친 후 화장실을 가득 채우는 익숙한 바디로션 냄새. 분명 몇 시간 전 도로 위에서는 어제 못 먹은 스매쉬 버거를 주문하자고 해두고서는 결국 더 이상의 외식을 견디지 못해 선택한 소박한 집밥. 냉동실을 뒤져 나온 표고버섯과 두부, 파를 총총 썰어 넣은 따끈한 미소시루와 흰밥을 먹으며 비로소 '집이다!'하고 편안하게 웃는 우리 둘. 리프레쉬는 이렇게 중요하다. 지겨워 팔짝 뛰겠던 모든 것들이 그 무엇보다도 자연스럽게 느껴지도록 변화하는 데는 고작 일주일의 시간이면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