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렁뚱땅 매일 일기쓰기 7일차 후기
얼렁뚱땅 매일 일기쓰기 7일차 후기
더 이상 인생이 이렇게 흘러가도록 내버려둘 수 없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매일 일기쓰기'였다. 내 의지만으로는 끝까지 버티지 못하고 중간에 흐지부지될 확률이 높으니 퍼블릭한 공간에 발행하는 것이 좋겠다 싶었고, 나름의 파일럿으로 버려둔 네이버 블로그를 다시 열어 일주일간 서로이웃공개로 일기를 발행했다. 똥글이었다. 무슨 말이냐면 마음 속에서 떠오른 어떤 감정이나 생각을 스스로도 아직 제대로 다 소화하지 못해 우르르 뱉어내는 글이었다. (서로이웃 여러분 죄송합니다..) 감정의 쓰레기통처럼 블로그를 다뤘다. 그래도 일주일 동안 어떻게든 쓰기를 연습하면서 Bear Blog 셋업을 시작했다. 이번주 월요일부터는 이곳에 매일 빠짐없이 일기를 발행했다. 그리고 느낌 점:
이럴 수 있나? 싶지만 파일럿 일주일 동안 나의 우울정도가 8-9점 사이였다면 이번주는 겨우 3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머릿속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것들을 어떻게든 꺼내어 글로 정리하는 것은 분명히 (그리고 예상한 대로) 나의 심리안정에 도움이 되고 있다.
월요일부터는 스마트폰과 태블릿에서 인스타그램과 유튜브, 네이버 블로그 앱을 삭제했고 수요일부터는 모닝루틴을 시작했으며 한 주 동안 다섯 군데에 잡 어플라이를 했다. 오늘 가장 나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 또는 스트레스 받게 하는 것을 적고 → 해결할 방법을 고민하고 → 다음날 바로 실행하고 → 저녁에 일기를 쓰면서 즉각적으로 달라진 점에 대해서 생각해보는 좋은 서클이 만들어졌다. '해야 되는데..', '하면 좋은데..' 등으로 막연하게 흩어져 있던 것들을 비로소 손으로 하나씩 꺼내어 드는 느낌이 든다.
일단 오늘도 써야 하니까, 잘 써야 한다는 생각을 거의 안 하게 됐다. 정확히는 잘 쓰는 것까지 고려할 만한 물리적 여유가 없다. 아무리 '좋은 글'에 예민하다고 하더라도 일기조차 잘 쓰려고 하면 '그저 일단 쓰기'의 진짜 목적을 잃어버리게 된다. 좋은 글이 아니어도 아니 못 쓴 글이어도 괜찮아, 이건 그냥 일기니까. 그리고 조금씩 더 잘 쓰게 되겠지, 아무것도 안 쓴 날보다 무엇이라도 쓴 날이 쌓이고 있으니까.
일주일 동안 아직 말끔하게 해소하지 못한 것도 있다. 여전히 '오늘 하루 동안 나 뭐 했지?'하는 물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 가만히 누워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뭔가를 하려고 부산하게 움직인 것 같기도 한데.. 무엇을 했다고 선뜻 그럴 듯한 것을 쓰지 못할 때 마음 속 어딘가에서 무거운 돌덩이가 아주 깊은 곳으로 끝없이 떨어지는 기분이 든다. '오늘도 또 한 게 없구나'하는 생각은 끔찍하다. (일기쓰기의 다른 좋은 점은 '일기라도 썼다'고 말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은 내 생산성에 실제로 문제가 심각하게 있는 것인지 아니면 꼭 초등학생이 일기를 쓸 때마냥 '오늘 한 일'을 굳이 찾아내고 있는 것인지, 또는 '오늘 한 일' 리스트에 포함되려면 대단히 크거나 중요한 일이어야 한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며 스스로를 못살게 굴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이 생각을 내려놓는다. 내려놓을 수 밖에 없어서 사실 다행이다. 여름휴가를 가서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수는 없다!